제목 [청만사] 알려 드립니다, 환자 마음을 ‘읽는’ 법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자 2011-04-22
조회수 2835
[청년의사가만난사람]

이수진 김성형(OK내과, 한국협상아카데미)
의사와 약사 중 더 영향력이 있는 쪽은 어디일까? 올해 초 보건복지부 장관의 행보만 놓고 유추해 보면, 이 질문의 답은 ‘약사’다. 올해 1월 성동구약사회 정기 총회에 참석해 “일반약 슈퍼 판매를 적극적으로 막겠다”고 약사들을 다독거린 장관은 2월 성동구의사회 총회에는 행사 시작 30분을 앞두고 불참을 통보했다.

약사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의사들을 능가한 지는 이미 오래다. 의사들이 다시 예전과 같은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어쩌면 지난 2월부터 몇 차례 열린 메디컬 리더십 아카데미(Medical Readership Academy)에서 열린 ‘환자의 생각과 마음읽기’ 워크숍에서 그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눈 밝은 독자들이라면 눈치 챘을지도 모르지만, ‘리더십’의 스펠링이 L이 아니라 R로 시작한다. 말 그대로 ‘마음을 읽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의미다.

의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워크숍으로서는 꽤나 특이한 이 행사에서 강사로 나선 이들은 OK내과와 메디컬리더십아카데미 원장인 이수진 원장과 한국협상아카데미 김성형 대표다.
Q. 소개 부탁한다.

-(이수진) 의사로 다양한 환자를 만나면서 자연스레 소통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시작했고 고대, 연대, 이대 등 의대생들에게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했다. 6년 전 김 대표를 만나서 더 구체적으로 의료 커뮤니케이션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

(김성형) 영국에서 협상학박사 학위를 받고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협상세미나와 컨설팅을 해왔다. 이 원장과 만나게 되면서 의료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함께 워크숍을 이끌고 있다. 리더십은 ‘가르칠 수는 없지만 배울 수는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일방적인 강의나 책으로는 배울 수 없고 이 워크숍처럼 참여하면서 몸으로 익혀나가야 한다.

Q. 참가한 의사들에게 자신들의 유형을 분석한 자료를 주던데,언제 어떤 근거로 만들어진 것인가?

-소통 프로그램으로 ‘마인드 칼라’라고 부른다. 선호도를 묻는 질문에 답을 하다보면 그 결과에 따라 그 사람의 커뮤니케이션 유형이 나온다. 성향이 비전, 가치, 과정, 관계 지향 중 어느 쪽인지에 따라 환자, 직원 혹은 가족과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다.

철학, 심리, 신경생리학 등을 근거로 사람의 생각과 행동유형을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창의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고안된 연구지표다. 약 150만 건 이상의 연구지표가 있고 역사적, 과학적으로 입증을 받은 프로그램이다. 서양에서 만들어진 지표라 데이터가 더 쌓이면 한국적인 분석도 시도할 예정이다.

Q. 자기 유형을 알게 된 의사들의 반응은?

-고려대 심장내과 동문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한 적이 있는데, 그중 가장 지도자격인 선생님이 이런 교육이 의사에게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모른다면서 “우리 병원에 제일 먼저 소개하고 싶다”고 하셨다. 결국 나중에 그 병원에서 의사와 직원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많은 분들이 자기 성격이랑 거의 일치한다고 말씀해 주시는데, 가끔 비슷하지 않다고 하시는 분들은 경계에 계시는 분들이 많다.

Q. 어떻게 활용하면 되나?

-제 경우를 예로 들면 가족 간의 소통에 큰 도움을 받았다. 평상시와 스트레스 시의 모습을 점수로 다 볼 수 있으니까 아들의 독특한

의사가 내 말을 믿어주고 병을 이해해주고 아픔을 같이 해준다고 느끼면, 환자는 신뢰를 느끼고 그 의사를 주위에 소개한다. 병원이 잘 되는 게 당연하다. 최선을 다해 소통하는 훈련을 받으면 병원과 가정에서의 관계는 물론 병원 경영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의사가 하루에 환자를 몇십 명씩 보는데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더 소통하고 다가갈 수 있다면 사회에 진정한 영향력을 미치는 집단이 될 수 있다.

Q. 이 워크숍을 통해 변화한 예는?

-어느 재활 전문병원에서 팀장급 30명에게 교육을 했다. 몇 주에 걸쳐 유형을 진단하고 명찰에 자기 유형을 표시해서 그 유형을 보면서 커뮤니케이션 연습을 하도록 했다. 그 과정에서 병원의 부족한 부분, 잘하는 부분도 파악하게 되면서 지금은 손꼽히는 재활병원이 됐다. 목표로 했던 100병상은 훌쩍 넘었고 직원도 100명에서 170명으로 느는 등 쑥쑥 성장하고 있다. 이 워크숍이 발전의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Q. 사람을 유형에 따라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하라는 내용은 이미 많은 커뮤니케이션 책에서 제시했다. 실제 진료에 적용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분석결과를 주는 이유가 그거다.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도구다.

 
의학적인 언어를 갖고 계시기 때문에 소통하는 언어는 금방 배우실 거다. 워크숍에서 성격유형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도록 네 시간 동안 연습을 한다. 이제부터 진료실에서 연습이라고 생각하고 꼼꼼한 환자에게는 치료계획 등을 적어서 설명하고 평소 30초 설명했으면 1분간 설명하면서 환자가 만족하는지를 관찰해라.

감성적이고 따뜻한 언어를 쓰는 환자에게는 따뜻한 단어를 써 본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람에게는 수치를 예로 들면서 원인과 치료법을 얘기하면 어떻게 변하는지 본다. 그리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는다.

얼마나 행동으로 옮기려고 노력하느냐가 중요하다. 나중에는 몇 마디 질문으로도 유형이 바로 보인다. 상대에 따라 성향을 변화시킬 필요는 없다. 자기 성향대로 논리적으로 때로 감성적으로 하면 된다. 거창하게 말은 못해도 무뚝뚝한 분이 다정하게 한마디 툭 던지는 것이 더 감동적일 수 있다. 진료하면서 배운 것을 적용해보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거다.

Q 앞으로 계획은?

-예전에는 30분, 1시간 정도 소개하는 것으로 그쳤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네 시간에 걸쳐 강연도 하고 소통연습도 많이 했다. 앞으로 횟수가 늘고 정보가 쌓이면 출판도 하는 등 의사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싶다. 1박 2일 동안 심화교육도 하고. 이런 교육은 빠를수록, 많이 받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더 좋은 교육이 가능하도록 메디컬리더십센터도 세우고 싶다.

소통에 관심있는 의대생이나 의료인들이 하루 혹은 1박 2일 코스로 시뮬레이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트레이닝 센터인데, 의사가 되고 싶은 청소년들이 의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체험할 수 있는 체험관, 의사가 등장하는 영화를 볼 수 있거나 존경스런 의료인들의 자료를 볼 수 있는 박물관 등도 함께 있는 곳이면 좋겠다. 중국 우루무치, 키르기스스탄, 마다가스카르 등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적도 있다. 기회가 닿는다면 제3세계 의료인과 의대생도 훈련시키고 싶다.

글 김민아 기자 licomina@docdocdoc.co.kr
사진 김형진 기자 kimc@docdocdoc.co.kr

김민아(기자) licomina@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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