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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감정과 문제를 분리하라
작성자 김성형
작성일자 2011-04-29
협상할 때 기분과 감정은 아마도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협상 전문가들은 기분과 감정을 “제한성, 강렬함, 그리고 지속성”이라는 세 가지 특성을 중심으로 구분한다. 이에 따르면, 기분은 감정에 비해 정신적 강도는 덜하지만 영향력은 매우 크고 오래 지속된다. 반면 감정은 훨씬 강력하고 직접적이며 목표가 뚜렷하다. 보통 상대에 대한 느낌이 좋으면 협상할 때 윤활유처럼 긍정적인 기분과 감정이 만들어지며, 이를 통해 얻은 결과에도 만족한다. 그러나 상대에게 실망하거나 부정적인 기분과 감정이 생기면 그 결과에 대해서도 나쁜 느낌을 받는다. 긍정적인 감정은 ‘행복’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으나, 부정적인 감정은 좀 더 구체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정적인 감정들 중 실망과 좌절은 ‘낙담‘과 관련되고, 공포와 걱정은 ‘동요’와 관련된다. 협상 중에 낙담하면 공격적으로 행동하지만, 동요를 느끼면 보복을 시도하거나 그 상황에서 도망치려고 한다. 아마도 누구나 협상을 하면서 기분과 감정이 상하고 화를 다스리지 못해 결국 문제가 더 복잡하게 꼬였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모 회사에 ㄱ씨가 영업 본부장으로 영입되었다. ㄱ씨는 마케팅 분야에서만 17년 이상 활동해온 베테랑으로, 누구보다 뛰어난 분석과 정확한 예측을 바탕으로 고객의 특성과 취향 등을 파악하여 성공적인 실적을 거둔 인물이다. ㄱ씨는 철저하게 일 중심으로 사고하는 사람이다. ㄱ씨를 영입한 지 1년 동안은 실적이 좋았지만 그후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마침 ㅂ이라는 팀원이 3주 동안 자신에게만 야간근무 명령을 내린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사표를 내면서 곪았던 문제가 터졌다. ㄱ씨가 자신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일을 시켜서 더는 참을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회사의 핵심 인력이었던 ㅂ이 사표를 내자 프로젝트는 언제 끝날지 모를 상황이 되었다. 사실 ㄱ씨는 ㅂ이 이번 프로젝트에 가장 적임자였고 핵심인물이었기 때문에 선의에서 그를 믿고 일을 몰아준 것이었다. 여전히 ㄱ씨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일부 팀원의 기분과 감정이 상했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ㄱ씨는 팀원들이 약속한 시간을 지키지 못할 때, 일을 마무리짓지 못할 때, 뜬구름 잡는 아이디어를 낼 때 몹시 힘들어했다. 반면 ㅂ는 ㄱ씨가 깐깐하고, 꽉 막혔으며, 사람을 무시하며, 피도 눈물도 없이 일만 아는 사람이라 자신의 인생을 걸고 믿고 따를 수 없는 보스로 생각해서 사표를 낸 것이다.

협상 전문가인 피셔는 복잡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풀려면 “감정과 문제를 분리해서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예컨대 중요한 문제를 신속하게 결말지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경우 상대에게 일을 먼저 끝내고 나서 감정적인 부분은 나중에 밥을 사면서 사과하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문제는 과연 나는 그리고 상대가 감정과 문제를 분리할 수 있는가다. 따라서 일을 추진하면서 먼저 다음의 질문을 통해 나와 상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어떤 사람과 협상하면서 상대가 참으로 독특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옳다. 우리는 모두 독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 사람 왜 저렇지”라고 내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효과적인 협상가로서 많은 사람을 이끌고 큰 조직을 경영하겠다는 꿈을 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김성형〈한국협상아카데미 대표·정책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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