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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언자가 필요하다
작성자 김성형
작성일자 2011-04-29
골프란 “신이 만들고 인간이 완성해가는 운동”이란 말이 있다. 매력적인 골프를 인간이 정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협상은 과학·기술·전략·인간관계 면에서 필요한 기술을 익혀가는 과정이 골프와 매우 비슷하다. 만약 싱글 수준인 당신이 두 번 연속 티 샷을 한다고 해보자. 결과는 어떨까? 두 번 다 마음먹은 대로 똑같은 위치에 공을 떨어뜨릴 수는 없을 것이다. 완벽한 기술을 가진 프로 골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협상도 그렇다. 고도로 훈련받은 뛰어난 협상가가 똑같은 쟁점에 대해 똑같은 상대와 두 번 협상하더라도 본인이 마음먹은 대로 같은 결과가 나오게 할 수는 없다. 협상은 나와 다른 상대가 있고, 많은 요인이 그 과정에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협상을 잘하려면 티 샷부터, 어프로치, 그리고 퍼팅에 이르기까지 협상과 관련된 기술을 마스터해야 한다. 그러나 완벽한 기술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협상자를 훈련시킬 때 먼저 논리성, 일의 마무리, 인간관계, 비전을 놓고 평소 모습과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지표 강도를 수치로 진단해 자신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타고난 골프 천재 타이거 우즈를 예로 들어보자. 그는 꼼꼼하고, 잘 훈련되고, 분석력이 뛰어나며, 공간 능력을 타고났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변할까? 더 꼼꼼해지면서 분석적인 사고를 할 수 있지만 심하게 감정적으로 변한다. 2000년 브리티시 오픈(The British Open) 때였다. 우즈가 승리를 위해 중요한 어프로치 샷을 날리자, 갤러리들이 탄성을 자아내며 박수를 쳤다. 그런데 웬일인가? 우즈는 그 아름다운 샷이 못마땅했는지 “17, 18, 19” 하면서 자신의 아이언으로 죄 없는 잔디를 마구 내리치는 것 아닌가? 본인이 원한 만큼 어프로치를 못 했다는 의미다.

이처럼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그를 다독거리며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이는 캐디인 스티브 윌리엄스였다. 그는 우즈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정확한 분석과 대안을 제시해주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마음의 평안을 갖게 한다.

사실, 경험 많은 정책 결정자 간 협상 실력의 차이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실력 차이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극단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흔들림 없이 협상이나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지 보면 된다.
이를 위해 프로 골퍼의 코치나 캐디처럼, 중요한 협상에 앞서 주변 동료와 함께 서로 옵저버 역할을 해주면서 준비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때론 큰 그림을 그리고, 때론 세밀하게 계산하고, 때론 순차적으로 꼼꼼하게 정리하고, 또 때론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도록 상호 평가하고 용기를 준다면 성공적인 협상가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성형〈한국협상아카데미 대표·정책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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